6편 - 고음을 잘 내려면? 천기누설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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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보니...배는 어느새 일본을 향하고 있고 난 멀어지는 선착장을 바라보며 아득한 시간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사실..금전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에 내린 결정이라 각오만은 대단했지만, 잘 모르겠다...잘 선택한건가..

 

내가 지금 제정신인가.....

 

하는 심정이 지배적이였다..

 

 

과연 내가 가서 무엇을 얻어올 수 있을까...출항하고 몇시간이 흘러도 계속 그 생각뿐이다. 얼마나 바뀔까...

 

기대하다가도...아니야...

 

 

뭐...별거 있겠어...하다가도...

 

내가 못알아듣고 시간만 낭비하면 어쩌나...하다가...

 

한달 전 부터 어딜 가든 들고 다녔던 일본어 번역 책자를 또 연신 뒤적인다...

 

노래에 사용될 만한 용어들은 따로 찾아보았지만...과연 내가 가서 말한마디라 도 할 수 있을지도...고민이다...아....

 

온통....걱정이다...

 


한국 사람이지만 지금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과 후쿠오카 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루밤만 자면...일본이다...

 

 


나를 뒤흔들어 놓았던...'산'이 있는 나라..


그 나라로...지금....두꺼비집이.. 간다...

 

 


새벽에서야 배는 일본 후쿠오카 항구에 도착을 했고, 피난민 처럼 눈을 비비며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혹이라도

 

 나를 잃어버릴까  창문에 내얼굴을 바라보곤 머리를 쓸어넘겨본다.

 

공기부터가...왠지...한국과 다른 느낌이였다....어...저기....


한눈에 봐도 공부 잘하고 부모님 말씀 잘듣게 생긴 비쩍마른 남자가 선착장에서 한눈에 나를 알아본다...

 

알아볼 수 밖에...긴머리 휘날리며...나 록커요! 하고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니.

 

 


간단하게 인사치레를 하고 식사를 하러 항구 근처의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정말 서둘러 이것 저것 밤새 고민한 이야기를... 나보다 동생같아 보이는 학생에게 마구 늘어놓는다.

 

타지에 오니..사실 많이 두려웠다...일본인이 동양인이라지만...생긴게 좀 다르다....뉘앙스가...달라...

 


난 말이 안통하니 어떻하면 좋겠느냐! 레슨을 받을때 마다 내 옆에 있어주면 안되겠느냐...니가 수업이 없는날

 

레슨을 받겠다...

 

그러니 같이 와달라...등등...

 

난...어찌보면...그냥...엄마를 찾고 있었다...워낙 겁이 많아서...

 

 

 

녹음기를 사줄테니 수업내용을 녹음해놓으면 저녁때 수업끝나고 와서 번역을 해준다고 한다...

 

아...그게 최선책인것 같은데... 선생님과 마주하고 있는 순간은 어찌하란 말인가...


난 내가 그동안 준비해 놓았던 발성에 관한 용어들을 일본어로 잘 말하고 있는지 간단한 지도를 받고, 바로 선생님이

 

 있다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정말.....무슨 거대한...괴물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다....그 만큼 무섭고 떨리고....도망가고 싶었다....내가 왜

 

 여기 왔는지...

 

정말...그때는 후회가...후회가 됬다.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장소.


그냥...일반 가정집...왠지 일산에서 볼법한 느낌의 그냥...단란한 가정집....

 

왜...여기로 ....


난 그래도 학원즘의 분위기로 생각했었는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를 지도해줄 선생님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지금으로 치차면 김범수를 지도하였던 보컬 트레이너 박선주씨 같은 사람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일본 방송에 보컬 지도를 통해 가수를 키우고 그 사람이 유명해지고 그래서 따라 유명해지고....뭐...그런 분이란다.

 

그래서 레슨비도....정말....비싸다...내 음악하면서 썼던 두달 생활비를....한시간 레슨비로 납부하여야 한단다...

 


아....기적을 행하시나보다...홍해를 갈라 바닷길을 만드시는 힘을 가지셨을거라......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만 했다.

 

바다건너 왔는데...

 


처음 신발을 벗고 바라본 그 집의 내부는....아...좁다...답답하다.. 영화에서 보던 일본식의 느낌은 찾아볼수없고...

 

그냥 가정집이  좁다...정도의 느낌..

 

나도 모르게 방안에서 나온 사람과 인사를 하게 된다. 그 사람이 바로 내가 레슨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때까지

 

 정말 친절하게 나를 도와준 사람이다.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린듯 했고 머리는 가운데 가르마에 3일에 한번 정도 옷을 갈아입을 정도로 꾸밀 줄 모르고

 

 마냥 눈웃음짓는 마치 그 집에 일부인것같은 친구다.

 

그 친구가 역시 첫인사로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고 나와 동행했던 친구와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이층으로

 

안내한다.

 

 

 

일본에서는 이층을 모두 사용하는게 정말 잘사는 사람들만 가능하다고 한다.  뭐 집안 분위기는 그닥 화려하진

 

 않았지만 집사같은 착한 친구도 있는 걸 보니 그래도 꽤 유명인이긴 한가보다 했다.


....어쩌구 저쩌구...나를 향해 방으로 들어오라 가운데 가르마의 착한 친구가 나를 안내해준다.

 


.......아....하.......


정말 일본사람같이...생기셨다....피부를 보니 많이 늙으신듯 하다... 정말 강하게 생기셨다.. 한마디도 못이기겠다는

 

첫인상...

.

검정 드레스 비슷한걸 입으걸로 기억되는 나의 보컬 선생님은 레슨이 끝나는 그 날까지도 그 옷만을 입고 계셨다.

 

그래서...끝까지

 

 

 

나에게는 편하게 다가갈 수 없는 오랜된 그 집의 비싼 장식같은 느낌이였다.


웃질 않으신다. 결코... 처음 레슨때 외에는 피아노 앞에 앉아계시거나 내 머리윗쪽을 보시거나 내가 다른 곳을 보면

 

나를 보시는 듯 하다가 내가 처다보며 다른 곳을 보신곤 했다.

 

그래서 나는 수업때 선생님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질 않았다. 한국인인 내가 불편할 수 도 있을 것이고 긴머리에

 

한국인이 그냥 못마땅할 수 도 있을 것이니....그냥...나도 쳐다보지 않고

 

 

....그래서 서로 눈을 마주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노래를 해보란다...

 

그럴줄 알았다...

 

부른다....

 

팝송이니...서로 다른나라 말일테고...소리만 집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선택한 곡이다.


.....

워낙 많이 불렀던 곡이라 서스름 없이 노래를 불렀다...헌데...끊질 않는다...1절 싸비가 지나도...2절...


노래가 다 끝나도...내 머리윗쪽을 바라보고는 가만히 계신다...듣고 있는건가...


싫다 좋다..한마디를 안해주니...괜스레 곡선정을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고 ...쑥쓰러워진다.


내가 노래가 끊났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리며 눈을 마주치니 알았다는 듯 피아노 앞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신다...내가 방금 부른노래다...


가사는 좀...많이...틀리는듯 한데. 멜로디는 비슷하게 노래를 부르신다.


여자분인지라 성악발성으로 노래를 하고 계신지라 그냥 나쁘지 않은 노래였다.

 

 


그리고는 머리윗쪽으로 손을 올리게 하고 그 쪽을 향해 소리를 올려보라는 신호를 한다.

 

난 육성으로 조심히 소리를 올려보았으나 선생님은 소프라노 음색으로 다시 시범을 하신다.

 

나도 따라서 가성으로 비슷하게 소리를 내본다.

 

손동작을 더 위로 눈을 크게 뜨고 더 풍성한 소리의 시범을 보이신다...귀가..아프다...

 

쩌렁쩌렁하다....마음먹고 나도 해봐?....확!.....에이...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하곤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낸다..

 


내 허리와 턱, 어깨, 시선을 잡아주고는 피아노 한음정을 계속 치며 소리내라 한다.

 

.....다시 또 그렇게.....또 그렇게....

 

 

 

그게...나의 첫 레슨의 전부였다...


무려 30분 동안 난 그것만 했다. 가끔씩 호흡을 들이쉬고 내쉴 때 숨을 참았다가 내도록 하는 것 외에는 계속....


...

 

아.....도대체 무얼 가르치려는 건가....

 

 

레슨이 끝날 무렵 카세트를 달라고 하시곤...녹음 버튼을 누르면서  녹음기에 뭐라 뭐라 말씀을 하시곤 카세트를

 

돌려주셨다.

 

그 친구가 고맙게도 얘기 해주었나보다...참...다행이지만....

 

 

첫레슨에 대한...이 느낌...아....정말 별로다... 

 

 

 


첫 레슨이 끝나고 내가 묵을 곳의 전화번호와 위치가 적인 메모지를 꺼내들곤....어둑해진 일본거리에서...


.....난...


내일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아니...결심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내일 난 그를 다시한번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서둘러 마음을 고쳐먹는다....

 

 

 

....산(山)!

 

 

 

to be continued ....

 


 

 

출처 : http://www.바디사운드.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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